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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정치 이야기

지역정치 없으면 중앙정치 공허 : 초록당 사람들(준)과의 인터뷰


초록당 사람들(준)에서 서면인터뷰를 요청해 와서, 그냥 제가 인터뷰를 했습니다. 초록당 사람들(준)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준비 5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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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부터 좋은 정치을 요구하는 바램을 가진 개인들이 모인 '좋은 정치 씨앗들'(http://goodpolitics.tistory.com)이 생겼다. 2010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우리사회에 지역정치, 풀뿌리정치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지역정치를 지원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하승수씨로부터 모임의 취지와 지역정치의 의미에 대해 서면인터뷰로 들어봤다. (답변은 개인적 견해이며 모임 전체의 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둔다.)

 

 "지역정치 없으면 중앙정치 공허, 지역에서부터 좋은 정치 시작해야"

                                 - 좋은 정치 씨앗들, 하승수씨-

 

  

- 좋은 정치 씨앗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좋은 정치 씨앗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역에서부터 출발하는 정치적 흐름이 필요하

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작은 모임이다. 대표도 없고 상근자도 없는 모임이다. 작년 상반기부터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시민운동가들, 지역활동가들, 연구자들 몇 사람이 모여서 꾸준히 모임을 해 왔다.

        

         

- 현재, 중심멤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서울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분으로는 하승창, 오관영, 오성규, 오광진, 이필구 님이 참여하고 있고, 서울의 자치구나 지방에서 지역운동을 하는 분들로는 고유기, 김승호, 김태근, 김현, 서진아, 송재봉, 이창림, 이해정, 이현민, 최혁진 님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풀뿌리 지역정치인인 김혜련, 서형원, '좋은 정치'의 실현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 온 정규호, 하승우, 하승수가 참여하고 있다. 누가 중심멤버라고 할 것은 없고, 모두가 참여하는 수평적인 모임이다.

- 이 모임은 2011년 지방선거를 대응한 모임인가요?                                                     

2010년 지방선거에서부터 ‘좋은 정치’를 위한 움직임들이 지역에서 만들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일단은 2010년 지방선거까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고, 그 이후의 일은 미정입니다.

- 지역정치, 풀뿌리정치를 지향하는 모임은 지역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임이 '한정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보여지는데요?

정치를 바꾸려면 아래에서부터 바꿔야 제대로 바꾸는 것이다. ‘정치’를 바꾸겠다고 하면서, 지역정치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 것도 결국 풀뿌리 보수기득권에 사로잡힌 지역정치가 중앙정치까지도 포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정치와 함께 중앙정치도 바꿔야 하겠지요. 그러나 중앙정치를 바꾸려고 해도 지역에서부터의 실천이 조직되어야 한다. 뿌리가 없이 뭘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공허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 이름이 ‘좋은 정치’인데, 표현이 막연한 느낌이 듭니다. 좋은 정치라고 굳이 이름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좋은 정치’의 내용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좋은 정치는 좋은 삶, 좋은 사회와 연결해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정치만 바뀐다고 사회나 삶이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좋은 정치를 위한 실천은 좋은 사회를 위한 운동과 좋은 삶을 위한 개인적 실천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좋은 정치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진보정치, 초록정치 이런 표현들이 사용되지만, 굳이 좋은 정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정치는 결론을 내려놓고 같이하자는 정치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대안을 추구하는 정치, 과정을 중시하는 정치이기 때문에 좋은 정치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생각하는 좋은 정치의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구요. 다들 시민운동과 지역운동에 참여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큰 방향에 대해서는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표현한다면, “시민을 정치의 주체로, 삶의 문제를 정치의 의제로”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 구체적으로, 좋은 정치가 추구하는 대안은 무엇인가요?|

좋은 정치가 추구하는 대안은 어렵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약자나 소수자에게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 일을 하면 누구나 생활임금은 보장받아야 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 지금의 세대가 자원을 낭비하고 과도한 소비를 향유한 부담을 미래의 세대가 떠안아서는 안 된다는 것,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피크오일(peak oil)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 모든 사람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청소년들이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나서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하고 인권과 휴식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정치란 소수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이 큰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앙정치보다는 지역정치에 관심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 사회 자체가 중앙집권적인 면도 있고, 사람들의 생각이나 관심도 중앙에 쏠려 있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역정치에서 변화나 희망을 만들지 못한 탓도 크다고 본다. 지역주민들이 보기에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나 지역정치에 참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요.

저는 주민들을 탓하기 이전에 우리의 지식사회, 시민운동, 정치운동 하는 분들부터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분들부터가 중앙집중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시민운동이나 진보 내지 초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한계에 부딪힌 것은 지역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지역에서의 실천을 조직하는 데 등한시했기 때문인 측면이 있다.

지역주민들이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운동이나 대안정치를 고민하는 사람부터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 시작해야 한다.

 

- 장기적으로, 지역정치가 발전할 수 있으려면 어떤 점들이 개선, 보강되어야 한다고 봅니까?

지금의 지방자치제도도 문제가 많지만, 제도를 떠나서 정치구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지역에서는 신자유주의+개발주의적 흐름이 지역정치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그에 도전하는 대안세력은 아직까지 눈에 보이지 않거나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구도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도 나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도 붕괴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역에서부터 대안적 비전을 가진 대안적 정치세력이 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 지역정치와 초록정치가 함께 가는 디딤돌과 장애물은?

지역정치와 초록정치를 비교하는 것 자체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구요. 어떤 내용의 정치를 생각하든 지역에서부터 실천할 수밖에 없다. 초록정치를 생각하는 분들도 보다 지역으로 들어가고 지역에서의 활동들을 조직하고 참여해 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지역에서 그런 활동들을 조직하고 참여해 본 경험이 없이는 초록정치에 대한 현실적인 전망을 가지기는 어렵다는 게 제 개인 생각이다. 직접 지역정치 활동에 참여하기가 어려우신 분들은 그걸 지원할 수 있는 역할(온라인을 통해서나 정책적인 측면에서나)을 찾아서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초록정치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지역에서의 움직임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저희와 함께 고민해 보실 수 있다고 본다.

 

- 모임과 비슷한 사례로, 2006년 지방선거에 참여한 풀뿌리초록정치네트워크 (풀초넷)가 떠오르는데요. 이 모임은 어떤 점이 다르게 진화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풀초넷’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모임과 비교하기는 어렵네요. 어쨌든 저희는 여러 지역에서 ‘좋은 정치’를 위한 시도가 현실화되도록 돕는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지방선거에서의 구체적인 참여방식같은 것은 각 지역에서 결정하실 걸로 본다. 제가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은 가능한 많은 지역에서 2010년 지방선거에 대안적인 지역비전을 가지고 직접 참여하는 흐름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향후 활동계획을 알려주세요.

완벽한 계획보다는 걸어가면서 길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저희를 지금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이겠네요. 뚜벅뚜벅 걸어간다는 것이 가장 큰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오마이뉴스와 공동진행중인 기획기사는 당분간 진행될 것이고, 블로그(http://goodpolitics.tistory.com)를 통한 소통은 계속 될 것이다. 앞으로 지역에 찾아가는 시민정치교육 프로그램이나 지역간의 소통을 위한 워크샵을 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필요한 지역에서 간담회나 토론회가 만들어지면, 그런 자리에 참여해서 ‘좋은 정치’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말씀 나누는 것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질문, 진행: 정화